본격적으로 통계역학에 대해 공부하기 이전에 어떠한 물리학적 맥락에서 통계역학이 등장하였는지에 대해 정리한다.

미시적 세계의 지배방정식

N개의 입자가 들어있는 계를 생각한다. 이 계는 입자의 운동량에서 총 3N개의 자유도를, 입자의 위치에서 또 3N개의 자유도를 가지므로, 총 6N개의 자유도를 가지고 있다. 운동량과 위치 사이에 정준 운동방정식(Canonical Equation of Motion)을 세워주면 다음과 같이 총 6N개의 미분방정식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얻은 6N개의 미분방정식들은 초기 운동방정식과 초기 위치가 모두 정해지면 유일한 해를 갖는다. 이것은 고전역학 특히 뉴턴역학의 가장 기본적인 아이디어였다. 초기조건이 주어지면, 지배방정식(이 경우, 운동방정식)에 따라 propagate하여 다음 운동상태가 결정된다.

이러한 고전역학의 운동방정식에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 다음과 같이 시간 역전(time reversal)을 시도해보면,

새로 얻게 되는 해들을 라 하자. 이 해를 다시 정준방정식에 넣어보면,

으로 시간 역전 변환을 한 해들 역시 정준방정식을 만족하는 해들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시간 역전 대칭(Time reversal symmetry)성을 갖는다고 표현한다.

거시적 세계의 지배방정식

이번에는 거시적 세계로 돌아와 보자. 우리는 열물리학에서 거시적인 계를 대표하는 몇가지의 물리량들을 정의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E,V,N,T,P … 등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물리량들을 정의했던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은 입자로 이루어진 계의 각 입자의 움직임을 모두 추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거시적 물리량들이 만족하는 법칙에는 열역학 법칙(Thermodynamical Law)들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현상론적인 법칙들이었음을 기억하라. 즉, 고전역학의 이론적 토대와는 별개로 세워졌던 법칙들이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법칙은 매우 독특한 법칙인 열역학 제2 법칙이다.

열역학 제2 법칙에 따르면, 거시적인 세상은 모두 엔트로피가 단조 증가(Monotonic Increase)하는 방향으로만 진행할 수 있다. 우리가 물속에 진흙을 넣고 섞으면, 물이 흙탕물이 되는 것은 관찰되지만, 흙탕물을 마구 젓다보니 깨끗한 물과 진흙으로 분리되는 것은 기대하기 매우 어렵다. 1 이처럼 대부분의 시스템에서는 아주 특수한 초기조건과 시스템 특성을 부여하지 않는 이상, 시간 역전 대칭성을 갖지 않는다.

시간의 화살

여기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생긴다. 미시세계의 지배방정식은 시간 역전 대칭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미시세계의 법칙들로 구성되어 있어야 할 거시세계에서는 열역학 제2 법칙에 따라 시간 역전 대칭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시적 물리량(혹은 관측량에 대해서는)마치 미시세계에서는 없었던 시간의 방향이 생긴거만 같다. 앞서 들었던 흙탕물의 예시를 가져오자면, 물의 혼탁 상태(거시적 물리량)에 대해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맑은 상태 혼탁의 방향만 가능하지, 이걸 뒤집어서 혼탁 맑음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과 흙이 분리되었던 상태가 시간 에서 있었고, 완전히 흙탕물이 된 상태가 시간 에서 발생하였다면, 우리가 의 흙입자와 물입자의 위치 정보대로 흙입자와 물입자의 위치를 설정하고, 초기속도를 에서의 흙입자와 물입자의 속도의 반대방향으로 부여하면, 분명히 물과 흙이 분리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을텐데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거시세계에서 그것이 관찰되지 못하는 이유는, 흙과 물 입자가 서로 분리되도록 초기조건을 부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우니깐, 달리 말해, 흙과 물입자가 마구잡이로 움직이고 있을 때, 흙과 물이 분리될 상태로 진행할 확률보다 흙과 물이 뒤섞여 있는 상태로 진행할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바로 이거다! 이 부분이 바로 통계역학의 핵심 철학이다.

동적 이론에서 평형상태 통계역학으로

동적 이론(Kinetic Theory)는 미시세계의 법칙들을 바탕으로 거시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들을 설명하고자 하는 이론이다. BBGKY 계층과 같이 여러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지만, 열역학 제2 법칙을 설명하는 Boltzman의 H-Theory가 가장 대표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Boltzmann은 처음 Kinetic Theory를 연구하며, 분자의 충돌 직전 방향을 무작위적이라는 현실적으로 합리적인 가정인 분자 혼동 가정(Stoßzahlansatz)을 도입될 때 고립계의 엔트로피가 감소할 수 없음을 보인다.

하지만, 동적이론은 고전역학을 통해서 미시세계에 대한 높은 수준의 이해도로 거시세계의 현상을 설명한다는 왕도적인 물리학의 체계를 따랐음에도 한계에 봉착한다. 기본적으로 거시세계에서 다루는 시스템의 입자의 수가 너무나도 컸다는 것이다. 아보가드로수 단위의 입자들에 대해서 세운 복잡한 (미분)방정식들에 대해서 해석적이거나, 적어도 간단한 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통계역학을 수강할 때 쯤인 물리학과 학생들이라면 접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의 과학자들은 많은 수의 입자들의 거시적 거동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 체계인 통계역학을 세우게 된다. 이 당시의 통계역학은 정확히 말하면 평형상태 통계역학으로, 동적이론을 통해서 처음부터 평형에 도달할 때 까지 입자들을 추적하는게 아니라, 평형 상태에서 계가 어떻게 될지를 맞추겠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수의 입자들에 대해서 통계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름에 통계가 들어가게 되었다. 이제 다음 강의부터는 통계역학의 개념과 공리들을 소개하며, 본격적으로 통계역학에 대해서 공부해보겠다.

Footnotes

  1. 물론. Taylor의 low Reynolds Number에서 공통 축을 갖는 원통 사이에 채워진 액체에서 유체의 움직임이 거의 원통의 경계조건에 의존적이며, 이로인해 시간 역전 대칭을 관찰하는 실험을 잘 연구되어 왔다. 그러나 Brownian Motion의 효과는 이 시스템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게 남아있으며, 완전한 시간 역전 대칭을 이루는 것을 방해한다.